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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의 침술사가 된 맹인

    맹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어깨너머로 침술을 익힌 '경수'는 어느 날 어의 '이형익'의 눈에 띄어 궁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경수'의 하나뿐인 어린 동생은 천식을 앓고 있지만, 그동안 어려운 형편 탓에 마음 편히 약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경수'는 앞으로 동생의 약 값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부푼 마음을 안고 궁에 들어가고, 내의원 생활에 적응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음에도 내의원의 약재 정리를 척척 해내는 '경수', 그는 사실 밝은 곳에서는 전혀 볼 수 없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 반 맹인입니다. 하지만 '경수'는 자신처럼 낮은 것들은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한다는 자신의 생활신조에 맞게 아예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인 척 지냅니다. 

     

    그 무렵, 청의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8년 만에 조선으로 돌아옵니다. 청을 배척하고 명을 친히 여기던 조선의 왕 '인조'는 오랜만에 만난 아들 '소현세자'에 대한 반가움도 잠시, 청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아들의 말에 위협을 느낍니다.

     

    자신을 보듬어주던 은인의 살해 현장을 목격하다

    오랜 타국 생활로 몸이 많이 안 좋아진 '소현세자'는 밤마다 기침으로 고생을 하고, 그러던 중 어느 날 '경수'에게 침을 맞게 됩니다. 어두운 밤중에 둘만 있는 공간에서 '소현세자'의 등에 침을 놔주던 '경수'는, 방에 촛불이 꺼진 틈에 자신도 모르게 침 통을 눈으로 보고 집어 드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현세자'의 추궁 끝에 자신이 어두운 곳에서 앞을 볼 수 있는 반 맹인이라는 사실을 시인합니다.

     

    거짓말을 한 '경수'를 괘씸하게 여긴 '소현세자'는 '경수'를 방에서 내쫓지만, 그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두고 간 서책 안에서 동생에게 쓴 편지를 발견합니다. 이를 보고 '경수'의 고운 성품과 가여운 상황을 깨닫게 된 '소현세자'는 자신이 청에서 가져온 확대경을 '경수'에게 선물하고, 이 둘은 서로를 존경하고 보듬어주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소현세자'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이형익'과 '경수'는 급히 명주천과 침 통을 챙겨 달려갑니다. 고열로 고통스러워하는 '소현세자'의 열을 내리기 위해, '경수'는 '이형익'의 지시에 따라 명주천을 빨아 건네기 시작합니다. 명주천을 여러 차례 빨아 건네던 '경수'는 '소현세자'의 호흡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만, 촛불이 환하게 켜진 방 안에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도중 바람에 의해 갑작스럽게 촛불이 꺼지고, '경수'는 자신이 빨고 있는 명주천에서 피가 묻어 나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놀란 '경수'는 고개를 들고, 자신의 눈앞에서 '소현세자'에게 독침을 놓고 그의 피를 닦는 '이형익'과 독침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현세자'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소름 끼치는 범행 현장을 목격한 '경수'는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두렵지만,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계속해서 '이형익'에게 명주천을 빨아 건넵니다. 그날 밤 '소현세자'는 결국 사망하고, '경수'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됩니다.

     

    역사적 사실을 각색한 완벽한 스릴러물

    이 영화는 조선 16대 왕 인조와 그의 아들 소현세자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꾸며낸 스릴러 영화입니다. 사실 어떤 내용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아무런 기대 없이 본 영화였는데, 근래에 본 한국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소현세자'가 독침으로 살해당하는 장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살해 현장을 목격한 '경수'의 시점이 나올 때는 너무 소름 끼치고 무서워서 스크린을 쳐다보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경수'를 연기한 류준열 배우의 반 맹인 연기는 너무나도 완벽했고, '이형익'을 비롯하여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악랄한 연기 또한 영화의 몰입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과 음악의 조화 또한 몰입을 돕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물을 많이 접하지 못한 저에게 이 영화는, 잘 짜인 스토리와 완벽한 연출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흥미 넘치는 작품이었습니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가 보게 되면, 몇 번이고 몰입해서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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